[SF 단편] 살충제


프레드릭 브라운의 SF 단편소설입니다.

작가님의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퍼왔습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SF 단편] 살충제

by 프레드릭 브라운


미스 매시는 콧방귀를 뀌었다. 

"왜들 그렇게 공연한 걱정을 하는지 몰라. 그들은 우리한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잖아…." 

세상은 한바탕 난리법석이 난 참이었다. 그러나 미스 매시의 정원만큼은 예외였다.


그녀는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저 멀리 1마일도 넘는 하늘 위까지 솟아있는 침입자의 모습을 올려다 보았다. 

그들이 지구에 온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갑자기 외계에서 수백마일도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주선이 나타나더니 아리조나의 사막에 착륙했던 것이다.


그 우주선에서는 키가 1마일도 넘는 외계인들이 수천명이나 쏟아져 나와서 미 대륙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미스 매시가 얘기했다시피 그들은 인간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너무나 몸집이 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지나갈 때면 한동안 일식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한 발자국 지나가면 다시 햇빛이 나왔다. 그 외계 침입자들 때문에 불편한 점은 고작 그정도였다. 

그들은 인간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과 의사소통을 해보려는 모든 노력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심지어는 공군과 육군이 공격을 감행해도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는 눈치가 없었다. 폭탄이 그들의 몸 안에 들어가 터져도 그저 귀찮다는 정도였다.


한번은 사막을 지나가던 외계인 한 명에게 수소폭탄을 선물하기도 했지만 약간 성가시다는 정도의 반응 뿐이었다. 

그들은 인간이란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미스 매시는 동생인 미스 매시에게 말했다. 그녀의 동생도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봐라. 그들이 우리를 무시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를 끼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증거 아니겠니?"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아만다. 하지만 지금 도대체 저들은 뭘 하고 있는거지?" 

날씨가 아주 맑은 날이었다. 혹은 아주 맑은 날이었거나 짙푸른 하늘 위로 솟아오른 외계인의 머리와 어깨가 까마득히 올려다보였다.


그들도 인간처럼 생긴 휴마노이트형의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으므로 그들의 머리까지 잘 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상체 부분이 안개가 낀 듯 희미해지고 있었다. 미스 매시가 동생의 시선을 따라 올려다보니, 그 외계인은 뭔가 커다란 물탱크같은 물건을 들고 이상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증기는 천천히 땅 위로 가라앉는 중이었다. 

미스 매시는 다시 콧방귀를 뀌었다. 

"구름을 만드나보군. 장난치며 노는 모양이지? 구름은 우리한테 아무런 해가 될 게 없잖아? 왜들 그렇게 공연한 걱정이람?" 

그녀는 다시 정원을 돌보는 일로 돌아갔다. 

"아만다, 지금 뿌리는 게 뭐야? 액체 비료인가?" 

동생의 질문에 미스 매시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아니, 살충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