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 콘텐츠로 영어 배워라.
과연 우리는 현재 쓰고 있는 우리말의 그 많은 어휘를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아기 시절로 돌아가보면 사람들이 쓰는 말을 보고 들으면서 아주 기초적인 사물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에 대해 알게 되었음이 틀림없다. 그 다음에는 아마도 와라, 가라, 먹자, 자자 등의 기본적인 동작을 가리키는 말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텐데, 그 형태가 가다, 오다, 먹다, 자다 등의 원형이 아니라 이미 인칭과 수 그리고 시제에 따라 변형된 모습이다. 그냥 평소에 늘 쓰는 모양으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원형의 형태는 문법 설명할 때 외에는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단어 공부에 들어가는 때가 동화를 듣기 시작하면서다. 엄마가 읽어주는 각종 동화책 속에서 아기들은 일상에서 전혀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낱말들을 그대로 접수한다. 그들은 왕이 뭔지, 공주와 왕자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멋있는 궁전에 살고 있는 멋있고 예쁜 사람들일 뿐이다. 아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지위나 동화의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훈련을 그렇게 하다가 비디오나 DVD 영화나 만화 같은 동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세계에 흠뻑 빠져든다. 그리하여 어떤 아이들은 하나의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보게 되는데, 그쯤 되면 아예 입에서 이야기의 줄거리가 줄줄 나온다. 성대가 뭔지도 모르면서 성대를 뺏긴 인어공주는 말을 못하게 되었노라고 하고, 따로 외우지 않았지만 난쟁이가 뭔지, 질투가 뭔지, 독이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라고. 그래서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그렇게 주장하는 대다수의 우리나라 영어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무도 우리나라에서 원어 콘텐츠만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된 아이들의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마 언어에 소질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하는데, 소질이 없는 사람들도 그러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영어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은 원래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하면서 영어는 왜 그러면 안 된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많이 듣고, 흉내 내고, 읽고, 써라
뭔가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비이성적이거나 비논리적인 방법에 기대게 된다. 잘 낫지 않는 병에 수백 가지 민간요법이 전수되고 잘 풀리지 않는 일에 주술적인 힘을 빌리려 하는 일 등이 그런 예다. 영어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풀리지 않는 일 중의 하나이다 보니 그 학습법에 별의별 수단이 다 동원된다. 영한사전을 베고 자면 잘 된다는 아주 오래된 애교스러운 속설에서부터 시작해서 버터 많이 먹기, 양식으로 주 메뉴 바꾸기 등의 일차원적인 비법은 그래도 삶에 큰 해가 없는 것이어서 그런대로 괜찮다. 근년에 발생했던 어린이 혀 밑 근육 절개 수술 사건 정도에 이르면, 과거 치질 치료한다고 양잿물 주사를 놓았던 무지에 버금가는 부작용마저 초래되는 판국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기존의 학습법 모두가 일종의 비논리적 민간요법이다. 문법을 배우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거나 단어를 외우면 그게 쌓여 듣거나 읽어서 이해할 수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 모두 말이 안 되니 말이다. 팝송 가사를 가지고 영어를 배우고, 여러 가지 표현에 일정한 곡조를 넣어서 재미있는 리듬과 함께 필요한 많은 표현을 외우거나 하는 일도 결국은 그렇게 해서라도 좀 더 잘 영어를 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하는 사례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얼마나 그리고 언제 진자 영어를 할 수 있게 될지 아득하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방식을 추종하는 사람들 수는 생각 외로 많다. 간장이나 된장 같은 걸 상처 치료에 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다.
병이 결국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체력 보강을 해야 낫는 것처럼 영어 문제도 같은 원리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이 듣고, 많이 흉내 내고, 많이 읽고, 많이 써서 소위 임계량을 넘는 양의 영어에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으면 결코 정말로 쓸 수 있을 만한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없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기가 마치 오랜 지병 치료와 마찬가지로 고단하지만, 그 외에는 방법이 따로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어도 말문 터진다
우리나라에서만 살았는데 본토에서 살다 온 것처럼 영어를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너무나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우리는 숱한 교민의 예와 유학생의 예에서처럼 본토에 살고 있거나 살았어도 썩 잘하지 못하는 그들의 영어 수준을 안다. 다시 말해서 그 정도 영어 수준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럼, 생존 가능의 수준을 넘어 토론까지도 가능한 수준은 어떨까? 이 대목에서 전통적인 비관론이 고개를 든다. 그 정도는 영어로 수업하는 모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외국인과 살기 전에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그런데 틀렸다. 수년간에 걸쳐 그 반대 사례를 만났는데, 그들은 마치 서로 의논이나 한 듯이 같은 방법을 쓰고 있었다. 먼저 비디오를 보았고, 그 다음에 스토리 북을 들으면서 읽었으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원어 동화책을 숱하게 보았다. 그들의 부모님의 증언을 들어보면 말문이 어느샌가 터져 있더라고 했다. 걸린 기간은 대략 2년에서 3년 사이였으며,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시간을 들였단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영어를 한 덕분에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영어 시험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늘 만점을 받았다는 학생도 있고, 재수할 때 테이프 하나로 듣기만 했는데도 영어 성적이 배로 뛰어 만점을 받았다는 학생도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영어를 마치 모국어 쓰듯 했으며, 그들과 대화를 나눠본 원어민들은 그들에게 본토 거주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를 못 믿어 했다.
최근에 만난 어느 코리언 아메리칸의 이야기는 자못 시사적이다. 그는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초등학교를 거기서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 때 혈혈단신 우리나라로 돌아와 일반 중학교를 다녔단다. 한국어르 전혀 못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3년간 일대일 과외를 받았는데도 그의 한국어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단다.
"제가 한국어를 잘하게 된 건, 그 후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기 때문이에요." 유창한 한국말로 그가 한 말이다. 그가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별은 내 가슴에>였다고.
변하지 않는 '기존의 방식'
사실 기존의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지금도 대세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적어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엔 특히 그렇다. 비록 그들이 광고 카피나 선전 문구에서 예전과 다른 표현을 쓰고 있지만 속사정은 10년 전 20년 전과 결코 다르지 않다.
기존의 방식으론 이제 안 된다고 아무리 매스컴이 떠들고 다른 방식의 체험담을 담은 책이 나와도, 그들이 바꾸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교재도 다 바꿔야 하고 강사들도 다시 교육을 시키거나 새로 구해야 하며, 강의실 구조도 변경해야 하는 데다가 간판, 광고지, 브로셔 등도 모조리 다시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돈 문제를 차치하면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지금까지의 온갖 주장과 논리를 뒤집어야 하는 자기 부정이 그것인데, 사업을 통째로 들어먹을 수도 있는 엄청난 모험이어서 그들의 인생관이 갑자기 심히 도덕적으로 되기 전에는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옛날 방식으로 자신들을 찾고 있으니 특별히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도 사실은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영어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 한,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문법 위주, 암기 위주의 혐의만 가릴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짜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딱 한 꺼풀만 벗기면 그들의 의중을 눈치 챌 수 있다. 예컨대 영어 회화라는 과정은 상황별 다이얼로그를 외우게 하겠다는 뜻이다. 원어민 선생이 어쩌구 하는 말은 다 유혹의 언어일 뿐이다. 토익 토플 대비반이나 문제 풀이반은 문법을 가르치겠다는 뜻이며, CNN, AFN 청취반은 강사가 자기 자랑하는 시간이다. 비즈니스 회화반, 실무영어 영작반 등 역시 많이 쓰이는 표현을 가르쳐주고 외우라고 하는 수업이다 .그런 걸로 등록생 수가 만족스럽게 늘지 않으면 일대일 수업이니 소수 정원제니 하거나, 2주 혹은 한 달에 한 번 실전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유혹한다. 그들이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그 코스를 거치면 어떻게 된다는 약속이다. 행여 그런 약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는다.
문법의 족쇄
혹자는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 시험 책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ㅅ' 종합 영어라는 문법 책이라고 한다. 종류별로 분류하면 어쩌면 '영문법책'이 모든 부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문법을 많이 공부한다. 서점엘 가 보아도 문법에 관한 책이 영어 분야의 핵심 아이템이다. 토익, 토플 관련 책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문법 설명이 주류이고, 독해에 관한 책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렇다. 학교나 학원 현장의 영어 수업도 문법 설명이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법이 없었다면 영어 선생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수업을 할지 매우 궁금해질 지경이다. 얼마 전 시작된 EBS 교육방송의 수능 대비 프로그램 영어 과목도 복잡한 문법 용어를 칠판에 써가며 열강하는 강사들이 모두 접수한 형국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문법 문제이다. 토익의 밑줄 친 것 중에서 틀린 것 고르기 부분을 예로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찍는 것'이 차라리 나을 정도의 점수를 받는다. 그러니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하는 부분이 가장 성과가 낮다는 얘기다. 이것이 만약 어느 기업의 이사회에 안건으로 오른 프로젝트라면 십중팔구 그 자리에서 '당장 폐기'라는 판정을 내리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극소수의 문법 도사들의 경우다. 그들은 문법 문제를 푸는 데에만 귀재다. 난해한 문제, 심지어 원어민들조차도 헷갈리는 문제마저도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우수한 지적 능력을 검증받는 즐거운 기회다. 그러나 그들에게 작문을 시키면 문법은 맞는데 어법이 틀려 글은 글인데 글답지 않은 이상한 문장이 나오고, 그들이 말을 하면 영어 같기는 한데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어눌하고 딱딱한 이야기가 된다. 문법의 족쇄에 걸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말이 되고 문장이 되는 경험을 영원히 하지 못하는 장애가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문법은 필요하지만 문법 공부는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에는 급수가 없다
대부분의 영어 학원에는 레벨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학원의 여러 코스 중 어디에 신규 학생을 배치할 것인가를 정하는 시험이다. 초급, 중급, 고급 혹은 basic, junior, advanced 등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나누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외고반, 민사고반과 같은 목적에 맞춘 곳도 있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생각은 이렇다. '수준에 맞는 학생들끼리 모아서 가르쳐야 교재 선정도 용이하고 가르치는 선생도 한 수준에만 맞추면 되니 편하며, 아이들간에도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아 수업 분위기가 좋고, 물론 학부모들도 서로 간에 불만이 없다.' 시험 과목도 문법, 단어, 독해 등등의 전통적인 것을 거의 벗어나지 않으며, 듣기나 쓰기가 간혹 추가되기도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대체로 생각보다 수준이 낮게 나오는데, 그거야 사업성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 더 오래 학원엘 다닐 테니까.
문제는 그런 레벨이 과연 진짜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식의 테스트로는 학생들의 실제 영어 사용 능력을 거의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익, 토플로 그럴진대 학원에서 간의로 만든 테스트야 두말할 나위 없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그런 종류의 테스트 결과는 개인의 영어 실력에 대한 어떤 유용한 정보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부모들이 그 테스트 결과에 일희일비 할 이유가 없고, 그걸 가지고 아이들의 영어 수준을 속단하는 것 역시 금물이다.
그러나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너무나 많은 부모들이 그런 결과를 기준으로 학원 선택이나 반 편성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영어 공부를 위해 어딘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 이해는 되지만, 이 문제 역시 조금만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그 허구를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우선 모국어 배울 때를 돌이켜보자. 우리가 태어나서 말문이 터질 때까지 오로지 초급 한국어만 듣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급, 고급 한국어를 훨씬 많이 접했다. 그리고 원래 말에는 급수가 없다. 말이 전하는 콘텐츠, 그러니까 내용에 급수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지적 연령에 맞추기가 올바른 레벨 정하기인 이유다.
진실은 고독하나 그 열매는 달다
모름지기 역사는 진실 규명을 통해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흑사병은 신의 저주가 아니라 병원균이 일으킨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과 체험을 통해 그런 진실을 밝혀냈고, 그런 역사를 통해 실험이나 연구보다 정작 새롭게 밝혀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납득하도록 만드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지난 시절의 암흑기에는 이를 위해 생명을 무릅쓴 사람들도 많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진실을 위해 하나뿐인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보면, 새롭게 드러난 진실은 그들에게 너무나 확실하고 명쾌하여 그걸 모른 척하면서 산다는 것이 차라리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고문일 수도 있다.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는 순간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함께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인생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그런 혼란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은 닥쳐온 상황에 대한 답을 모를 때 가장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십 년에 걸쳐 수백만 명이 실패한 영어 학습법을 버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장을 분해하여 문법 지식을 습득하면 결국은 다시 통합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고, 단어든 문장이든 암기라는 방식을 쓰면 결국은 망각의 골짜기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영어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
그 말 한 마디로 그들은 해도 해도 안 되는 학습법을 변호하고 자신들의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덮어버린다. 그들이 부정한 것은 모든 학습에는 왕도가 있고 그것은 이해하기가 매우 쉬우며, 실천은 어려워도 한번 경지에 이르면 갑자기 모든 것이 덩달아 쉬워진다는 진실이다. 진실은 외로워서 가까이 하면 함께 외로워지지만, 그것을 깨달을 때의 희열은 세상을 다 얻은 것과 맞먹는다.
기존의 방식이 모험이다
무릇 모험이란 불확실성에 대한 선택을 말한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는 일에 도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일은 그래서 대체로 새롭고, 체험한 사람의 수가 그리 많지 않으며, 따라서 성공하면 그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실패하면 무엇보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세월에도 불구하고 남는 게 없어 사람들은 모험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용되는 방식을 따른다. 비록 그것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언젠가는, 그리고 혹시 자기 자신은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그렇게 한다. 무릇 사람은 홀로 도전하기보다는 다수 방식을 좇는 법이다. 함께 실패하는 것은 억울하긴 해도 외롭진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기존의 영어 학습법을 답습하는 게 대세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바로 그것이 모험이다. 그 방식은 우선 성공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실패할 확률이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다. 혹자는 그렇지 안핟고 하지만 오로지 그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말로도, 글로도 영어에 능통하지 않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장 잘한다는 것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따는 것인데, 그 점수는 영어 실력의 어느 한 부분도 보증하지 못한다. 시험의 재료로 쓰이는 말과 글은 현실에서 쓰이는 것보다 턱없이 느리거나 부자연스럽고 시험 자체도 실제 소통 가능성을 묻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무이다.
그리하여 그런 점수나 따자고 하는 영어 공부야말로 미래를 전혀 보장할 수 없는 대단한 모험의 길로 나서는 일이다. 시간은 적어도 9년이 걸리고, 보아야 할 책을 쌓으면 최소한 3층 건물 높이에 다다르며, 그렇게 해서 고득점을 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극소수이니 말이다. 논리적으로 보아 그런 모험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다는 것은 불가사의라고밖에 할 수가 없는데, 아마도 원인은 그 모험의 역사가 너무 길어 유전자에 새겨져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종의 변종 유전자가 생겨난 것이다.
머나먼 구원의 길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사는 꼴이 뒤죽박죽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류에 속하는데 전문가답지 않은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설쳐대는 바람에 그리 되었건, 그렇게 불신이 쌓여서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게 되었건 간에 사태가 오늘날의 지경에 이른 후에는 수습하기가 매우 어렵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일단 한번 의심을 하고 보는 게 현명하다는 보편적 인식을 그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가짜들 때문에 진짜들이 더 고생을 해야 한다는 건데 문제는 교육에 관련된 일일 경우 그 여파가 보다 심각하다는 데 있다.
다른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교육에 관한 한 너무나 오랜 세월 당하기만 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결정한다. 아이들의 교육이 이슈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하여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장을 하고 설명을 듣고 교재를 살펴보고 선생을 가늠한다.
영어의 경우에는 사실 조금 다른 케이스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영어에 관한 한 전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어기제는 거의 그대로 작동한다. 다른 점이라면 다른 과목과는 달리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한다는 것일 게다.
그리하여 그들이 가장 많이 기대는 것은 자신의 과거 영어 공부 경험이다. 우리나라식으로 잘했다면 더욱 그러하거니와 못했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그래서 잘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 부분인데 그들의 경험과 완전히 다른 방식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공 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여 주어도 요지부동인 사람들을 보면 안타깡무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세상은 같은 시대, 같은 땅에 살아도 보는 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거니와, 진실된 모습을 보아도 기만과 협잡 찾기에 골몰한다면 구원의 길은 요원하다. 참된 전문가의 진정한 도움 역시 바로 눈 앞에 두고도 인지하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조건
아이가 영어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비싸지만 많이 주입하고 숙제 많이 내주는 학원에 보내기? 아니면 서너 살 겨우 넘긴 아기 때부터 영어의 바다에 빠뜨리기? 그것도 아니면 안 되는 영어지만 한국어와 섞어 아예 부모부터 bilingual로 살기?
우리나라 부모들이 흔히 하는 그런 방식은 모두 아이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기 십상이고 설마 물어본다 한들 부모가 시키는 것에 대해 꿋꿋하게 반대할 나이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사랑하는 부모가 하라는 대로 잘 견뎌내고 적응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정말 영어를 잘한다는 증명이 나올 때까지 계속 이런저런 고민과 실험을 진행해나간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온 동네 영어 학원 구경 다 하고 급기야 다른 동네로 원정을 떠난다. 그렇게 하다 하다 안 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본토 행을 경정한다. 그리하여 지금 이 땅엔 영어로 인해 해체된 가족이 너무 많고, 아예 온 가족이 신천지를 꿈꾸며 이 땅을 버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의사는 존중받기 힘들고, 아이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또한 없어서 물어보나마나이긴 하다. 하물며 어른이 되어서도 하기 힘든 결정이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버리기도 하는 영어가 의외로 쉽게 습득된다고 하면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이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정말로 권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이라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원래 언제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할까, 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무엇을 아이기 가장 좋아할까, 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모름지기 매사에는 왕도나 정도가 있는 법이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냉철한 이성이지 이리저리 휘둘리고 감언이설에 쉬이 넘어가는 어리석은 감정이 아니다.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생을 해도 안 된 방법을 권하는 것은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지혜롭지 못한 일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영어 학습법을 골라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은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의 의미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할 때는 어느 정도의 실력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우선적인 기준으로 꼽히는 것이 영어 성적이다. 학교 영어 성적을 포함해서 토익, 토플 등 각종 시험에서 90퍼센트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영어를 잘한다고 인정한다. 그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발음이다. 발음이 원어민의 그것과 비슷할수록 영어를 잘한다고 여긴다. 거기에다 영어 방송을 이해하고 원어민과 대화가 가능한 걸 보면 영어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인식은 그렇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의 영어 실력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선 각급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에 분명히 영어 성적은 좋은데 원서를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영어로 토론이라도 벌어지면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 현상은 각종 영어 학원의 해외 유학파 강사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잡담을 할 때에는 제법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대화가 주제를 가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말이 없어진다. 조금 더 심각한 경우는 대학교에서 영어 관련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나 교수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더라도 대체로 침묵한다. 발표자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그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으니 콘텐츠 중심의 학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책을 보지 않는다. 보기 싫어서 안 보는 것이 아니라 어려워서 잘 읽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수준이 그들에게 토론을 요구할 정도의 상황을 결코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정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영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수억을 번다는 유명 영어 강사들
우리나라 경제든 국제 경제든 그 상황이 좋거나 말거나 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일로만 밟고 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으니 그게 영어 학습이다. 대형 서점에 가보면 영어 관련 도서 섹션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고, 영어 학습 관련 시장 역시 그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회화 학원, 원어민 학원, 초중등 학생용 학원, 입시 영어 학원, 성인 학원, 전화 영어, 온라인 영어, 화상 영어, 미국 연수, 캐나다 연수, 호주, 뉴질랜드 연수, 필리핀 연수 등등 그 종류와 분야는 다기다양하기가 제대로 따라 잡기조차 어렵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내신 영어가 강조되면서 대형 어학원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점이다. 그 자리를 내신 전문 보습 학원과 과외가 침범해 들어가고 있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영어 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시장의 물건들을 사람들이 계속 산다는 이야기다. 총 인구가 줄고, 출산율이 떨어져서 학생들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다. 경제학 책 스타일로 말하자면 수요는 줄고 있는데 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니 말이 안 된다. 제대로 된 결론은 인구는 주는데 수요는 늘고 그래서 공급도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결론은 사실 매우 심각한 상황을 시사한다. 이미 영어 시장에 들어와서 각종 상품을 소비한 그리고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구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 산 상품으로 만족이 안 되어 다른 것, 또 다른 것으로 소비를 옮겨 가며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쉽게 말해서 이것 저것 기회가 닿는대로 하고는 있지만 실력이 도대체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지금처럼 계속 늘지 않아야 시장이 계속 커지고 따라서 영어는 지속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들에게 영어를 정말로 잘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나 어학원은 최대의 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혹시나 그런 이야기가 어디선가에서 들려 오면 본능적으로 처절하게 반응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명 영어 강사들이다. 그들은 강의로만 일 년에 수억을 번다. 소위 명강의로 불리우는 그들의 수업을 한 번 들어 보겠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상경을 하고 방송에선 특별 강연에 초대한다. 이런 그들 역시 사람들의 영어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불안해진다. 그들의 강연을 들으러 올 사람들의 수가 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강연을 들어 보면, 사람들의 영어 실력을 키워 줄만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실패의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현혹하고 겁주고 매도하고 호통친다. "귀가 뚫리면 사람이 죽는다", "전체 내용은 알 필요 없다. 답 찾기도 바쁘다.", "유형이 아닌 게 나오면 그냥 틀려라", "안 들리는 게 아니고 머리가 든 게 없는 거다", "발음은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충실하면 된다.", "무작정 듣는다고 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들린다." 등등 모두 실제 영어 실력을 갖추는 방법에 반하는 주장들이 그들의 강의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런 강의로 일 년에 수억을 벌어 들인다. 그 돈으로 다시 더 멋있는 포장의 교재를 만들고 더 영향력이 센 방송에 기획 출연을 하여 그런 주장을 확고히 전파한다. 열광적인 추종자들의 수는 점점 더 커지고 그만큼 대한민국 영어 수준은 밑바닥을 헤매게 되어 다시 그들과 그런 바탕 위에 사업 기반을 가진 사업자들은 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자, 이게 바로 그들은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은 우리나라 영어 학습계의 진실이다. 그들의 방식대로 하면 영어가 잘 안 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리고 그 중 단 한 명도 양심선언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즉, 그들이 부자가 되는 만큼 대한민국의 영어는 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자의 양심이 필요한 때
토익 시험이건 토플시험이건 간에, 좌우간 국제적으로 치는 모든 영어 시험에서 밑바닥권을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뭐니 뭐니 해도 현실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그런 결과가 벌써 수십 년째 나오고 있는데,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숱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쓰고 있는 방식의 결과라는 건데, 그걸 그대로 쓰라고 주장하고 권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이젠 좀 심하다. 독자들이 그리고 각종 영어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들이 아무리 기존의 방법에 빠져 계속 그것을 원한다 하더라도 교육 전문가의, 더 나아가서는 교육자의 양심을 걸고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과연 내가 주장하는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영어를 잘 쓸 수 있게 돕고 있는가?', '과연 이 방식으로 사람들이 두꺼운 원서를 자유롭게 읽고 그걸 바탕으로 영어 paper를 제출하며, 또 영어로 메모만 보며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는가?' 그리하여 '과연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 다음으로 영어를 잘하는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정말 자신의 방식에 확신이 있는 이들은 그런 질문에 아마도 주저 없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러리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 ㅡ 정말로 궁금하기 짝이 없어서 ㅡ 을 들어보고 싶다. '한 달에 10권 정도의 두꺼운 원서를 영한사전 뒤져가며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말로 새겨가며 90분짜리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여기는지', '문법을 따져가며 20페이지나 3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일주일에 서너 개씩 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좀 더 현실적으로는 '불과 1, 2분 동안에 수백 개의 단어가 나오는 지문을 우리말로 해석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들려주는 긴 대화를 일일이 한국말로 새겨가며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이게 모두 가능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분명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통번역의 천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문법 위주, 단어 암기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한다. 이미 백여 년이 넘은 그 방식의 결과는 알다시피 단 한 건의 성공 사례도 없다. 혹자는 일부 소수가 획득한 각종 영어 시험에서의 고득점을 성공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 아니다. 영어 습득에 성공했다는 것은 영어로 직간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영어로 두꺼운 원서를 사전 없이 읽고, 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즐기며, 통역 없이 토론이 가능하고, 문법이나 어휘에 신경 쓰지 않고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신 토플 제도가 시행이 된다고 한다. 가장 큰 특징으로 문법 문제가 아예 사라지며, 듣기, 읽기 뿐만 아니라 말하기, 쓰기 능력 테스트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지식을 묻는 문제는 없어지고 영어를 실제로 잘 쓸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 형식으로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영어 학습 방식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 셈이다. 앞으로 각종 자격 시험이나 고시에서 한글로 문제를 내는 자체 영어 시험 대신 토익이나 토플로 대체하는 경향이 지배적일 것이라고 하니, 아무리 익숙하다 하더라도 문법 공부에의 미련이나 한글로 의미를 새기는 어휘 암기는 전적으로 버릴 때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민에 싸일 대다수의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썼다. 모름지기 익숙함을 버릴 때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 해당 부분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근거 없이 기존의 학습법에 의해 흔들리는 혼란도 잦아들고, 불시에 찾아오는 까닭 없는 불안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영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이거니와, 세상 모든 수단이 그러하듯 수단을 잘 쓰게 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훈련이며, 모든 훈련은 단기간에 끝나고 도달하는 수준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대한민국의 모든 영어 학습자 여러분, 그러므로 아자! 아자! 아자!
출처 : 도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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