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을 속이고 네 번 결혼한 남자


신분을 속이고 네 번 결혼한 남자

이름, 학력, 직업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사람

출처 : 1boon(책 끝을 접다)

https://1boon.kakao.com/dogear/dogear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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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텍스트]

지난 3월,

나는 신문을 읽다가 흥미로운 광고를 보았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소설의 한 부분이 실려있었다.


아무 생각 업싱 글을 읽어가던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내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것은 십여 년 전에 익명으로 펴낸 나의 첫 소설이었다.

'난파선'이라는 제목을 단 검은 표지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신비감을 더하고자 익명을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한 줄의 심사평도, 심지어 악평조차 없었다.


그래서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나는 그 책이

나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나 자신조차도 존재를 잊은 나의 소설이

어떻게 신문 광고에 실리게 된 걸가.


당혹스러운 마음에 신문사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그날 오후, 한 여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자는 내게 소설을 쓴 원작자가 맞는지 누차 확인한 후

다급한 어조로 꼭 한 번만 만나달라고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여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의 남편은

그녀를 만났을 당시 자신을 소설가로 소개했으며

자신이 쓴 작품이라며 '난파선'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여자는 그의 말을 믿었고 결혼까지 했으나

어느 날, 그가 증발한 듯 사라져버린 것이다.


"교회 모임에서 그를 처음 만났어요.

호리호리한 체구에 웃는 얼굴이 예뻤던 그 사람은

까다로운 저희 어머니나 제 아이에게도 무척 친절했어요."


"물론 조금 이상한 점은 있었어요.

우리는 한 번도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그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거든요.

자신은 육체관계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요."


"저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잠자리 때문에 그런 사람을 놓칠 수는 없었어요."


"결국 우리는 결혼을 했죠.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그 사람이 사라진 거예요.

서재로 갔더니, 방문이 활쫙 열려 있었어요.

책상 위에는 한 뭉치의 종이가 놓여 있었죠."


"처음에 저는 그것이

그 사람이 '난파선'다음으로 쓴 새 소설인 줄 알았어요.

피아노 교사, 대학교수, 심지어 의사로 신분을 바꿔가면서

남자를 셋이나 갈아치운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왔어요."


"이야기 속 주인공은 마지막에

자신을 남자로 탈바꿈해서 소설가 행세를 했죠."


"그때까지 그 원고를 순수한 허구의 창작물로 읽던 저는

희미한 각성이 찾아드는 것을 느꼈어요.

주인공이 여자인 줄 꿈에도 모르는 아내와

그 여자의 어린 아들,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였어요."


"진실의 시퍼런 날이 정수리를 찍어내리더니,

제 몸을 발끝까지 반으로 가르고 지나갔어요."


"만일 그 사람이 제가 받은 유산에 손을 댔다면,

저는 그 사람을 단순한 사기꾼으로 치부하고

잊어버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제게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어요.

제발 그 사람을 찾게 도와주세요."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이 거짓으로 점철된

한 여인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생애를 그린 작품

<친밀한 이방인>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어느 비밀스러운 인물의 이야기를 듣게 된 주인공은

그 이야기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소설 속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남편을 잃은 여자를 다시 만나

그 사람이 남기고 갔다는 종이 뭉치를 얻게 되고, 

그 안에 담긴 내용과 주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적을 추적해나가는데요.


그녀의 행적은

가면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또 다른 놀라움을 줍니다.


그녀는 어떻게,

누구에게나 친밀하지만, 누구에게도 진실하지 못한,

친밀한 이방인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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